살아가는 동안...

사랑을 믿지않는 당신에게....

슬~비 2006. 2. 20. 23:25

 

 

 '사랑을 믿지 않는 당신에게...'

 

 한 여자가 있었습니다.  넉넉한 집안에서 고이 자란 여자는 어느날 사랑에 빠지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사랑에 빠진 남자는 하필 사랑채 하나를 더 짓기 위해 공사를

 하러 왔던 한 인부였습니다.

 부모님은 그런 놈에게 딸을 내줄 수 없다며 아예 그 남자와 만날 수 없게 해

 버렸습니다. 

 사랑하는 딸이 고생하지 않길 바라는 마음에 반대했던 건데, 자살까지 기도하는

 딸 앞에서 결국 부모님은 결혼을 승락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렇게 해서 사랑하는 그와 결혼을 하게 된 그 여자.  그러나 그들이 맞닥뜨린

 현실의 벽은 생각보다 더 높았습니다.

 남자가 건축공사 현장에서 미장일을 하면서 벌어들이는 돈만으로 생계를 꾸리기가

 힘들었던 겁니다.

 그래서 그 여자는 부모님의 도움을 얻어 조그맣게 횟감장사를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한번도 회를 떠본적 없던 그녀의 고생은 이루 말할 수가 없었습니다.

 고생한 보람없이 가게는 파리를 날리기 일쑤였기에 시장조사를 거쳐 다시

 시작하게 된게 지금의 '꼼장어'장사입니다.

 그래도 그녀는 거짓말처럼 고생이 고생처럼 느껴지지 않았습니다.  사랑하는

 남편과 함께라면 그 어떤것도 견뎌 낼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너무 사이가 좋으면

 하늘이 샘을 낸다더니 정말 남편은 그의 나이 마흔한살에 위암으로 세상을

 떠났습니다.

 그후 시어머니와 네 딸과 아들 뒷바라지를 위해 그야말로 억척스럽게 살아온

 주순자님(56세). 일제 강점기와 한국전쟁을 거치면서 억척 '아지매'들이 맥을

 이어온 자갈치시장, 웬만한 고생 웬만한 사연으론 명함도 못내민다는 그 곳에서도

 그녀는 유명합니다.

 지금은 열세명의 직원을 거느린 사장님이지만 이렇게 되기까지 그녀의 고생은

 3박4일, 입이 헐도록 애기해도 모자라기 때문입니다.

 자갈치 시장 꼼장어 아지매, 그녀는 말합니다.  그녀가 손에서 일을 놓는 때가

 온다면 딱 두번뿐이라고.... 하나는 부산 앞바다에 바닷물이 마르는 날, 또 하나는

 그녀가 남편 곁으로 가는날...

 사람들은 말합니다.  사랑은 변하기 마련이라고, 사랑은 식기 마련이라고....

 그래서 사람들은 그런 사랑앞에서 쉽게 지치고, 싫증을 내며, 돌아섭니다.

 그러곤 이렇게 말하죠.

 "나는 사랑을 믿지 않아"

 그러나 주순자님은 사랑을 믿습니다. 부모님의 뜻을 어기면서까지 선택한 사랑.

 물론 남편은 자신만 놔두고 일찍 가버렸지만 사랑을 원망해 본적은 한번도

 없습니다.  그 사랑 하나로 힘든 세월 버텨 올수 있었고, 지금 그녀가 억척

 꼼장어 아지매로 살아갈수있는 힘도 다 그 사랑 때문이니까요.......

 

                                                  - MBC-TV 포토에세이 中에서 -